코엑스 웨딩박람회 준비 가이드
오늘도 결혼 준비 노트를 넘기다 말고, 문득 그날의 향과 소리가 떠올라 창문을 열었다. 오후 두 시쯤이었나, 약속 시간을 헷갈려 지하철을 뛰어가며 “또 지각하면 큰일인데…” 중얼거렸던 그 토요일. 허둥지둥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다 떨어뜨린 영수증을 누가 주워주었고, 그때 고개를 들어 본 코엑스의 높은 천장은 유난히도 반짝였다. 아, 이런 소소한 실수로도 기억은 더 선명해진다니! 독자님은 혹시 최근에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내 결혼은 아직 반년 이상 남았지만,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선배들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터. 그래서 결국 코엑스 웨딩박람회를 찾아갔다. 가기 전까지는 ‘그냥 업체 홍보 자리겠지’ 했는데, 막상 다녀오니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에까지 정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어쩌면 조금 과장일지도. 하지만 내 마음속 흥분 그래프는 여전히 우상향이랄까.
장점·활용법·꿀팁, 그러니까 내가 얻은 것들
1. 발품 절약이라는 작은 평화
웨딩드레스, 스냅, 예물… 원래 같으면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할 거다. 그런데 웬걸, 전시장 한 바퀴 도는 동안 거의 다 비교 견적이 끝났으니! 부스마다 배치된 담당자들은 시종일관 웃으며 “언제든 문의 주세요”라 했지만, 사실 그쪽도 우리를 잡으려 분주하니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이 균형이 싫지 않았다.
2. 실물 중심의 웨딩드레스 피팅 체험
나는 평소 사진만 보고 상상으로 드레스를 고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박람회장 한켠 피팅존에서 레이스 소매를 직접 만져보니, 그다음부터는 모바일 이미지가 심심하게 느껴질 만큼 촉감과 무게가 크더라. 나중에 친구에게 자랑하려고 급히 셀카를 찍었는데, 정신없어 카메라를 뒤집어버려 바닥만 담겼다. 이런 허망함이라니…!
3. 스튜디오·메이크업·헤어 패키지 상담 꿀팁
여긴 정말 혼돈이었다. 한 줄로 줄을 섰는데, 갑자기 다른 줄이 더 빨리 빠지는 걸 보고 내적 분노(?)가 솟구쳤다가도, 현장 예약 시 추가 혜택을 듣는 순간 허탈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교훈: ‘당일 계약’이라는 단어에 겁먹지 말고, 일단 카드 결제 전까지는 질문을 마구 던질 것!
4. 예식장 할인+사은품, 과연 득일까?
진짜로 쌀 한 포대를 선물로 주더라. 들고 다니기 힘들어 “택배 가능해요?” 물었더니 스태프가 순진하게 웃으며 “당연하죠!”라고. 덕분에 신랑될 사람이 “결혼은 돈만 쓰는 줄 알았는데… 밥도 덤으로 얻네” 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작은 이벤트가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 😊
단점, 혹은 살짝 머쓱했던 순간들
1. 인파+소음, 나는 잠시 미아가 되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동선이 꼬이기 일쑤. “어? 저쪽은 분명 스냅 존이었는데?” 싶어 다시 돌아가면 이미 기념촬영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귀 안쪽에서 윙윙거리는 소리 때문에 상담 내용 반쯤은 놓친 것도 사실이다. 메모 앱 꺼낼 틈도 없이 밀려가듯 이동했달까.
2. ‘무료’의 함정이 때론 피곤하다
어깨엔 시식 쿠폰, 손엔 견적서, 가방엔 샘플이 한가득. 근데 집에 와서 보니 무료 체험 뒤엔 작게 계약 의무 조건이 있는 것도 있었다. 불만이라기보다, 그저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마 내 표정이 굳었겠지?
3. 시간을 길게 비워두지 않으면 낭패
“두 시간이면 되겠지”라는 내 계산은 순진했다. 결국 네 시간 동안 서 있느라 발뒤꿈치가 얼얼. 스니커즈를 신었는데도! 그래서 팁: 근처 카페 자리 잡고 1부·2부로 나누어 다녀오는 게 체력 관리에 좋다. 나처럼 마구 돌아다니다가 밤부터 다리 붙잡고 신음하지 말길.
FAQ, 진짜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내 대답
Q. 입장료가 있나요? 막연히 부담스러워요.
A. 대부분 사전 등록하면 무료다. 나는 ‘무료 신청’ 버튼을 급히 눌렀고, 등록확인 문자 덕분에 당일 매표 줄을 건너뛰었다. 단, 현장 등록은 만 원 남짓 받을 수도 있으니 미리 해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Q. 거기서 바로 계약해야 하나요?
A. 아니! 상담만 받고 나와서 정리해도 된다. 다만 ‘당일 계약 시 혜택’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긴 하니, 예산·우선순위를 미리 연습장에 적어가자. 나는 딱 두 가지만 그 자리에서 진행했고, 나머지는 집에서 차분히 비교 후 결정했다.
Q. 신랑·신부 둘 다 가야 하나요?
A. 솔직히 둘이 가면 좋다. 나는 혼자 먼저 보고 정보 정리한 뒤, 다음 날 예비 신랑과 재방문했다. 그는 반나절 만에 “드레스 셀렉이라는 게 이렇게 복잡했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 순간,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달까.
Q. 정말로 ‘원스톱’이 가능해요?
A. 어느 정도는 맞다. 특히 코엑스 웨딩박람회는 규모가 커서 예물·예단·신혼여행까지 한자리에서 상담 가능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세부 옵션(예: 제주 스냅, 한복 맞춤 등)이 특수하면, 현장 정보만으론 부족할 수도 있다.
Q. 필요한 준비물은?
A. ① 작은 에코백: 견적서가 생각보다 두꺼움. ② 물 한 병: 줄 서다 갈증. ③ 편한 신발: 말해 뭐해. ④ 휴대폰 보조 배터리: 사진 찍다 보면 40%는 순삭. 이 네 가지만 챙기면 홀가분!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날의 소음이 다시 귓전을 두드린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마음 한켠은 포근하다. 덮어둔 노트를 살짝 밀어두고 창밖으로 목련이 피는 걸 바라본다. 독자님도 혹시 웨딩 준비로 아득해졌다면, 일단 한 번 걸음을 옮겨봐도 좋지 않을까? 축복은, 결국 발품 끝에 피어나는 꽃 같으니까 🌸